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My Girl (1991) 줄거리, 시대성

by to_현이 2025. 5. 28.

"He can’t see without his glasses..."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상실과 마주합니다. 그 상실의 순간을 처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갑니다. 1991년작 《My Girl》은 바로 그런 성장의 순간을 담담하게, 그러나 눈물겹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추억하는 이유는 단지 슬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첫사랑의 설렘과 인생의 첫 이별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주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 때문입니다.

 

My Girl (1991) 줄거리, 시대성
My Girl (1991) 줄거리, 시대성

 

 

줄거리 요약

1970년대 초반, 미국 펜실베니아의 한 작은 마을. 주인공 베이다 살텐페스는 11살의 소녀로, 외모도 평범하지 않고 성격도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녀는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늘 죽음에 집착하는 기묘한 면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베이다가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감정 표현에 서툴러 늘 딸과의 거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베이다는 늘 자신이 엄마의 죽음에 원인이 된 게 아닐까 하는 무의식적인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토마스 J. 세넷, 안경을 끼고 알레르기가 심한 또래 남자아이입니다. 토마스는 조용하고 수줍은 성격이지만, 베이다에게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는 든든한 존재입니다. 두 사람은 여름 내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숲에서 놀며, 나름의 우정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에 그치지 않습니다. 베이다는 토마스를 통해 첫사랑의 감정을 서서히 느끼게 됩니다.

한편, 베이다의 집에 새로 들어온 미용사 셸리 데비토는 장의사인 아버지 해리와 가까워지며 집안 분위기에 변화를 불러옵니다. 그러나 베이다는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끼고, 더욱 감정적으로 예민해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극이 벌어집니다. 베이다가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주려 숲 속에 혼자 들어간 토마스가 벌떼에 쏘여 사망하게 된 것입니다. 이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사건은 베이다의 세계를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처음으로 죽음을 ‘현실’로 마주한 그녀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겪고, 장례식장에서 토마스의 관을 보며 울부짖는 장면은 많은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후 베이다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성장해 나갑니다. 토마스를 잃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아버지와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더 이상 죽음에만 집착하지 않는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시대성과 배경

영화는 1972년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이 시대적 배경은 이야기의 톤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적인 기술이나 복잡한 사건 없이, 잔잔한 동네 골목길과 시골스러운 정서가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현실에서 한 발 떨어진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영화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결코 음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밝고 따뜻한 색감과 배경음악, 유머, 그리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풀어냅니다.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

당시 11살이었던 안나 클럼스키는 베이다의 복잡한 감정선을 놀라운 깊이로 표현해내며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불안, 분노, 호기심, 슬픔, 사랑… 그녀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그 너머의 아픔이 공존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그녀는 이후에도 이 영화의 이미지를 오래도록 간직하게 됩니다.


《나홀로 집에》의 익살스럽고 영리한 모습과는 달리, 이 영화의 컬킨은 조용하고 소심하지만, 깊이 있는 감정을 가진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의 연기는 단순히 사랑받는 아역 배우를 넘어서, 상실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중심축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안경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어요’라고 오열하는 베이다의 외침은, 그의 순수한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

《My Girl》은 어린이 영화를 가장한 성인 성장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깊이 있는지를 다시 깨닫게 됩니다.

 

첫사랑의 떨림은 마냥 달콤하지 않고, 이별은 너무 일찍 찾아오며, 그 아픔은 성인보다 더 순수하게 아이들을 흔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아이는 진정한 성장을 이룹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 성장을 보며 자신의 유년 시절, 첫 이별, 그리고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은 감정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추억이 된 이유

왜 이 영화는 3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My Girl》은 모두가 겪었지만 잊고 있던 감정을 일깨우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속에 담긴 깊은 진심, 무심한 듯 지나가는 계절 안에 녹아든 따스한 시선, 그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 함께 걷던 길, 오해 없이 마주 보던 순간들… 이 모든 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부드럽게, 하지만 선명하게 가르쳐줍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어른이 되는 건 상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My Girl》은 바로 그 문턱에서 우리 모두가 한 번은 겪었던 성장통을 아름답고 아프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어린 시절엔 몰랐던 감정들이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